article image

새 가죽 가방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첫 상처가 조금 신경 쓰입니다.

가능한 한 깨끗하게 사용하고 싶습니다.
비에 젖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긁히는 것도 피하고 싶습니다.

마음에 골라 선택한 가죽 제품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죽 제품의 가치는 '신품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했는지'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죽에는 사용한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신품이 가장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가죽 제품은 사용을 시작한 순간부터 조금씩 변화합니다.

손으로 만지면 광택이 생깁니다.
빛을 받으면 색이 깊어집니다.
부드러워지며 가진 사람의 몸과 사용 방식에 익숙해집니다.

물론 긁히거나 작은 상처가 생기는 일도 있습니다.

신품 상태만 기준으로 삼으면 그것은 '상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몇 년 사용한 가죽을 보면 그 상처만이 떠 보이는 일은 적어집니다.

광택이나 색 변화, 가죽이 익숙해지는 모습과 함께 그 사람이 사용해온 가방의 모습이 되어갑니다.

상처까지 포함해 가죽은 자라갑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자주 사용하는 이탈리아 가죽의 '마르고'입니다.

신품 시절에는 비교적 매트하며 표면에 특유한 스크래치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용할수록 스크래치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색이 깊어지며 놀라울 정도로 광택이 납니다.

처음 생긴 작은 긁힘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변화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신품과는 완전히 다른 가죽이 됩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죽 제품은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사용해야 비로소 그 사람의 것이 되어갑니다.

그렇게 느낍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거나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상처가 '맛이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깊게 찢어진 상처나 가죽 그 자체를 손상시키는 물빠짐, 강한 마찰 등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필요한 관리를 하면서 소중히 사용하는 것도 가죽 제품을 오래 즐기기 위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긁힘까지 두려워 가방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은 조금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가죽은 사용하기 위한 소재입니다.

직장에 가져가는 것, 휴일에도 사용하는 것

아침에 가방을 들고 직장에 갑니다.

바닥에 놓을 때도 있습니다.
전철을 타는 때도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사용하는 때도 있습니다.

휴일에는 평소와 다른 옷에 맞춰 외출합니다.

그런 무심한 일상의 쌓임이 조금씩 가죽의 모습을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고급 가죽이라고 해서 특별한 날에만 사용했으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사용했으면 좋습니다.

많이 만지고 많이 들고 다녔으면 좋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면 가죽이 더 재미있어집니다.

상처가 아니라 시간을 보는 것

신품 가방에는 신품에만 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3년 사용한 가방에는 3년 사용한 것만 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정확하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죽이라는 소재를 선택한다면 변화하는 모습까지 즐겨 주었으면 합니다.

작은 상처가 생겼습니다.

색이 조금 더 깊어졌습니다.

핸들이 손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런 변화를 볼 때마다 이 가방과 함께 보낸 시간을 느낍니다.

그것도 가죽 제품을 가지는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가죽은 자라지 않습니다.

상처를 내지 않는 것만 생각하는 대신 오래 사용하면서 나만의 하나로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가죽과의 관계 방식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