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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제품을 보다 보면

‘전체 손바느질’
‘새들 스티치’라는

말을 볼 때가 있습니다.

손으로 꿰매기에 고급스럽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가방을 손으로 꿰매는 이유는
단순히 수고를 더 들이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오래 쓰기 위해 손바느질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가죽 제품에서 손바느질의 매력을
제작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손바느질과 재봉틀 바느질은 구조부터 다릅니다

가죽 제품의 손바느질은
일반적으로 새들 스티치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실 한 가닥의 양끝에 바늘을 달고
구멍 하나에 좌우에서 번갈아 바늘을 통과시키는 방법입니다.

반면 일반적인 재봉틀 바느질은
윗실과 밑실을 얽어 가며 꿰맵니다.

겉모습만 보면
둘 다 가죽과 가죽을 비슷하게 이어 줍니다.

하지만
실이 끊어졌을 때 큰 차이가 납니다.

손바느질은 풀림에 강합니다

재봉틀 바느질은
일부 실이 끊어지면 그곳에서 시작해 바늘땀이 연달아 풀릴 수 있습니다.

새들 스티치는 조금 다릅니다.

실 한 가닥을 좌우로 교차시키며
구멍 하나하나를 꿰매므로
일부 실이 끊어져도
그곳에서 한꺼번에 모두 풀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는 가방처럼
일상적으로 하중을 받는 물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손잡이.

가방 바닥.

입구.

매일 쓰는 가방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방향에서 힘이 가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겉모습뿐 아니라
오래 쓴 뒤의 모습까지 생각하며 꿰맵니다.

사람의 손이기에 가죽에 맞춰 실을 조일 수 있습니다

손바느질은
한 땀마다 손으로 실을 당겨 조입니다.

가죽의 두께와 단단함,
바느질하는 위치에 따라
필요한 힘은 조금씩 다릅니다.

강하게 당기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면
실이 가죽에 파고들어
바늘구멍에 부담을 줍니다.

반대로 너무 약하면
바늘땀 자체가 안정되지 않습니다.

가죽 상태를 보며
필요한 만큼만 조입니다.

이를 한 땀씩 반복합니다.

적절한 장력으로 꿰맨 바늘땀은
가죽과 바늘구멍에 무리한 부담을 덜 주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기 쉽습니다.

이런 세밀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도
손바느질의 큰 매력입니다.

10년 사용을 넘어 그 이후를 생각합니다

가죽 가방은
몇 년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가죽을 쓰고
제대로 만들고
필요할 때 수선합니다.

그렇게 하면
10년, 그 이상도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재봉틀이면 10년,
손바느질이면 반드시 20년이라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용 방식과 가죽 종류,
보관 환경에 따라 수명은 달라집니다.

다만
같은 가죽을 비슷하게 쓸 때
더 오래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며 선택해 온 기법 중 하나가
새들 스티치입니다.

저는 가방을 만들 때
완성된 순간만 보지 않습니다.

5년 뒤.

10년 뒤.

그보다 더 오래 쓴 뒤에
어떤 모습일지.

거기까지 생각하며 만듭니다.

손바느질은 수선도 쉽습니다

또 하나
손바느질의 큰 장점이 있습니다.

수선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오래 쓰면 실이 닳거나
가죽이 상할 수 있습니다.

가죽 제품인 이상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망가지지 않는 것’

뿐 아니라

‘망가졌을 때 고칠 수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들 스티치로 꿰맨 부분은
상한 실을 제거하고
필요에 따라 같은 바늘구멍을 이용해
다시 손으로 꿰맬 수 있습니다.

가방 자체를 버리기보다
상한 부분만 고쳐 계속 씁니다.

이는
오래 쓰는 가죽 제품에 아주 잘 맞는 생각입니다.

손바느질의 가치는 완성된 순간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손바느질은 시간이 걸립니다.

불과 수십 센티미터를 꿰매도
구멍을 뚫고
양손에 바늘을 들고
한 땀씩 실을 통과시킵니다.

재봉틀이라면 금방 끝날 부분에도
몇 배의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손바느질을 이어 가는 것은
그 시간에 의미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손바느질의 가치는
새 가방을 보는 순간만으로는
전부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몇 년을 썼을 때.

실이 단단히 남아 있는 것.

혹시 상해도
다시 꿰맬 수 있는 것.

그리고
수선하며 같은 가방을 계속 쓸 수 있는 것.

거기까지 포함해
저는 손바느질 가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죽은 쓸수록 표정이 변합니다.

그래서
가죽이 익어 가는 시간을 견디는 만듦새가 필요합니다.

한 땀씩 손으로 꿰매는 이유는
그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