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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비롯한 좋아하는 펜, 지우개, 클립, 즐겨 쓰는 시계와 안경.
일상을 꾸며 주는 소중한 물건이지만 형태는 제각각이고 어느새 늘어나, 책상 위에서 ‘주소 불명’의 여행자(?)가 되기 쉽습니다. 
이 사랑스럽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물건들에게 편안한 ‘자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번 트레이 제작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먼저 검토한 것은 트레이의 높이였습니다.
평평한 가죽 트레이는 이미 많았지만, 편리하게 쓰려면높이를 더 주어 물건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지 않고 옆으로 밀어 부드럽게 꺼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가죽만으로 높이를 만드는 것은 조금 어려워, 곧바로 가구 장인에게 아이디어를 전하고 시제품 제작을 거듭해 주시도록 부탁했습니다.
표면의 완만한 곡선은 장인 기술의 결실이자 시행착오의 흔적입니다.
시제품뿐 아니라 실제 판매 제품의 나무 받침에도 가구 제작 과정에서 남은 부재를 깎아 활용했습니다.
 

받침 다음에는 가죽의 차례입니다. 
평평한 가죽을 나무 받침에 입체적으로 붙이는 일은 예상보다 어려웠지만, 그만큼 각이 없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표정이 나온 점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함께 제공되는 미니 트레이는 분리할 수 있게 해, 뚜껑과 클립, 핀 같은 작은 물건을 잠시 두기에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형태를 추구했습니다.
소중한 시계와 값비싼 펜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손에 쥐는 순간 온기와 부드러움을 느끼도록 본체부터 둥근 미니 트레이까지 전체를 넉넉하게 가죽으로 감쌌습니다.
 
다만 시제품 제작과 제품 개발 과정에서 엄격한 크기나 규칙을 미리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책상 위의 물건은 너무나 다양하고 형태와 크기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이 정도면 된다’는 여유로운 접근 덕분에, 결과적으로 아이디어에 따라 용도가 무한히 넓어지는 ‘여백’이 생겼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한 점입니다.
 

만년필을 쓰는 분에게는 소중한 펜의 고급 침대로. 안경을 쓰는 분에게는 잠잘 때 안경을 놓는 자리로. 
단순한 수납함을 넘어 두 부품을 자유롭게 조합해 각자의 생활에 맞추고 용도를 무한히 넓힐 수 있는 다용도 트레이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일상의 풍경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여러분의 하루를 풍요롭게 하는 존재로 써 주신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