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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멀한 가방은 격식 있는 자리에서만 쓸 수 있다.

저는 그런 가방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캐주얼한 가방만 만들려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어느 쪽으로도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은 가방입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은 아주 단정하고 격식을 갖추되

조금 캐주얼한 소재를 일부러 조합합니다.

또는 깔끔한 실루엣 안에 조금 거친 세부를 더합니다.

언뜻 상반되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점이 재미있습니다.

포멀한 것에 캐주얼한 요소를 넣으면 격식이 조금 부드러워집니다.

반대로 캐주얼한 것에 포멀한 요소를 넣으면 품격이 생깁니다.

서로의 강한 성격을 조금씩 누그러뜨립니다.

그러면 딱 좋은 지점에 자리 잡습니다.

저는 이것을 ‘중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가방은 정장에도 어울립니다.

재킷에도 어울립니다.

셔츠에도 어울립니다.

물론 티셔츠와 데님에도 맞습니다.

특별한 자리에 가져가도 튀지 않고 동네에 나갈 때 들어도 딱딱하지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가방은 들고 있을 때 ‘가방만 따로 논다’는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옷차림에 맞춰 가방을 고르기보다

그날의 나에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저는 그 점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무엇에나 맞는 무난한 가방을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 가방에는 꽤 강한 개성이 있습니다.

형태도 가죽 선택도 바늘땀도 작은 세부도.

하지만 그 개성을 앞세워 가방을 보여 주기보다

사용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개성이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방입니다.

포멀인가, 캐주얼인가.

둘 중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이의 적절한 균형.

저는 그곳에 가방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정한 옷을 입는 날에도.

편한 옷을 입는 날에도.

일하는 날에도.

아무 일 없는 휴일에도.

같은 가방을 들고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가든

‘왠지 이 가방만 따로 노네.’

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 가방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포멀과 캐주얼의 이론입니다.